시간의 층위 속 원형의 재발견
첫 대전시청사는 여러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마감재와 개·보수의 흔적이 축적된 건물이다. 외피에 반복적으로 더해진 층을 면밀히 조사해 그 이면에 잠재된 원형의 건축적 질서와 비례체계를 발굴하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1936년 건립 초기의 비례감, 창호 구성, 입면 질서를 가능한 온전히 되살려서 복원할 예정이다.
이 복원은 과거의 물리적 형태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과 시민의 정체성을 다시 잇는 건축적 유산으로서 대전이 한국 근대건축사 속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위상을 가시화하는 과정이다.
공연장 : 원형과 규제 사이에서 찾은 균형
3층 공연장은 건물 전체 중 가장 많은 원형적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목재 천장 프레임과 공간 비례가 당시 공연장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 공간을 복원하면서, 원형을 지키는 일과 현행법을 충족하는 일 사이의 균형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되었다.
법규 적용으로 인해 신설해야 하는 피난복도는 원래의 공간감을 해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복도 벽체를 단절 요소가 아니라 원형을 매개하는 장치로 계획했다. 외벽의 계단형 창호와 동일한 규격의 창을 내부 벽체에도 구성하여 시각적 투과성과 공간 연속성을 확보했다.
천장 목재 프레임은 보존·경화 처리 후 재사용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부재를 선별하여 천장디자인에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목재 그리드를 따라 은은한 광천장을 적용함으로써 원형 구조와 현대적 분위기의 조화로운 공간 이미지를 구현하기위해 노력하였다.
시민에게 열린 근대건축 공간
첫 대전시청사의 복원은 과거의 형태를 되살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시민에게 열린 근대건축공간으로 다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 청사가 지녔던 공공성·도시 중심성·시민 참여성의 가치를 오늘의 도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회복하도록 계획하였다.
건물은 가능한 한 원형의 질서를 유지하되, 시민이 건축의 흔적과 시간의 층위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특히 옥상은 보문산을 조망하던 옛 기능을 바탕으로 작은 전망대로 복원해, 과거의 장소적 경험을 현재에 이어주는 외부 공간으로 마련하였다.
결국 이 건물은 특정 기능에 머무르는 시설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시민의 경험이 축적되는 열린 공공공간을 지향한다. 대전의 도시적 기억을 품은 채, 시민이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고 참여할 수 있는 근대건축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기대한다.